푸에르자 부르타, 우리의 모든 몸짓이 예술이 되니까 by 솜숨씀

사진 저작권 김선배(@sootn)

"발도 자주 밟히니까 조심해야 해."
김선배의 조언을 듣고 어두컴컴한 공연장 안에 들어가면서 겁이 조금 났다(쫄보). 스탠딩인데다가 공연 보러 온 사람들도 많아서 서로 밀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아끼는 운동화 신고 나온 나를 한껏 비난하며 경계심을 곤두세웠다. 운동화 위에 발자국 나는 거 너무 싫어... 물론 나에게는 안전지대 김선배가 있어서 걱정할 일이 없었지만(갑자기 로맨틱).

하루가 꼬빡 지난 이 시점에서도 그 장면은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지금도 생생해. 공연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무대 앞에서 큰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네 명의 배우에 집중하고 있다가 사람들의 환호성에 뒤를 아니, 위를 올려다보니 엉엉!

핑크색 똑단발을 한 여자 두 명과 나머지 두 명 총 네 명이 줄에 매달려 공연장 위를 그네 타듯이 쌩쌩 날아다니고 있었다. 빠른 비트의 음악과 축하포처럼 터지는 흰색 종이조각들, 그 네 명이 공중그네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바람이 휙휙 불었다. 생각해보니 물도 뿌린 것 같은데. 여하간 시각과 촉각, 후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시킨 그 장면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영영!

무대가 고정돼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객석이 전부 무대가 되었다. 단순 참여형 연극이나 뮤지컬도 아니었고, 쉴 새 없이 이곳저곳 쏘다니는 배우들, 객석 한가운데 갑자기 생기는 공연장치들 덕분에 관람객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줘야 했다. 아니 왜때문에 갑자기 배우가 나타나서 익스큐즈미 하고는 지나가고... 어느 순간 바로 옆에서 배우가 왜째서 춤추고 있고... 제발 예고하고 나타나 주면 안 되나요, 마음의 준비 좀 하게...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발이 밟히는 것도 누군가의 발을 밟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 되는 현장. 어제의 무대와 오늘의 무대가 절대 같을 수가 없는 공연인 것이다. 관객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고 손뼉을 칠지 푸쳐핸섭을 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런 우연들이 물방울들과 섞이고, 어떤 허벅지들과 섞이고, 어떤 춤들과 섞인다. 처음 보는 낯선 장면들이 아름답고 괴기스러웠다.

"발도 자주 밟히니까 조심해야 해."
발을 밟고 밟히고 팔짱을 끼고 손을 잡는 우리의 모든 몸짓이 예술이 되니까 조심해,로 선배의 말을 받아들여도 될까. 나는 그곳에서 점이 되었을지 선이 되었을지 색이 되었을지. 

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고 한다. 잔혹과 매혹은 한 글자 차이이다. 도화지 위 점과 선과 색들도 한끗차이로 명작이니 망작이니 하겠지?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한끗차이로 지각을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