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유지는 같다, <채식주의자>(한강, 창비) by 김페퍼로니



애정하는 동료가 좋아하는 작가라고 해서 읽게 되었는데 
왜째서 이제야 읽느냐고 스스로를 나무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나도, 나의 엄마도, 나의 엄마의 엄마도, 영혜이자 영혜의 언니였던 것. 
나 또한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일들을 크고작게 겪었다. 
사소하면서도 복잡한 사건들이었다. 
말하자면 길어서 언급하지 않기로 아니 사실 아직은 좀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점차 간명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나의 몸을 미워하게 된 건 남자들 때문이었고 
지금에서야 내 몸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사랑하기 시작한 건 오롯이 여자들 덕분이었다는 것.


여러 의미에서 <채식주의자>는 페미니즘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2007년에 출간된, 무려 10년 전이었다. 
일상 속에서 욕망이란 단어로 포장된 폭력에 노출되어버린 여자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을 열어둔. 
들여다보느냐, 열어보느냐는 읽는 자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지. 
충격적이고 야하다,고 표현하는 치들의 선택도 있을 것이고.


지난 주 퇴근길 어떤 식당 앞에서 술 취한 남자들을 상대하는 채식주의자들의 안간힘 같은 것을 목격하고 
자못 슬퍼지며 세상 왜 이렇게 됐지 싶지만. 
엘리오와 올리버 같은 아름다운 남자들, 캐롤과 테레즈 같은 아름다운 여자들이 세상을 구원하겠지. 구원해주길.


* 나의 첫 전자책 구입도서. 종이책으로 <채식주의자>를 읽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까.